본문 바로가기
전기차(EV) 시장 동향 및 분석

도요타의 중국 시장 도전: BZ 3X를 통한 레거시 업체의 생존 전략

by 혁신적인 로젠 2025. 3. 25.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 중국에서 레거시 자동차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가 새로운 전략으로 중국 시장 재공략에 나섰습니다. 도요타의 BZ 3X 출시와 그 배경에 담긴 현지화 전략, 그리고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레거시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 시장 위기와 도전

글로벌 레거시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 내 판매 감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계 1, 2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각각 BZ 시리즈와 ID 시리즈를 런칭했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쓰지 못해 왔습니다. 세계의 관심은 이들 업체들이 언제쯤 BYD와 리모터 등의 저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고 리오토, 화웨이, 샤오미 등과의 스마트카 기술 격차를 만회하여 이전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는가에 쏠려 있습니다.

 

글로벌 레거시 업체들은 지금까지 내연기관차에서 해왔던 독자 기술 개발로는 중국 로컬 업체의 NEV(New Energy Vehicle) 개발 스피드와 가격 경쟁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샤오펑(Xpeng)에, 스텔란티스는 리모터(Leapmotor)에 직접 투자하여 개발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샤오펑 플랫폼으로 개발한 신차를 2026년부터 양산합니다. 스텔란티스는 리모터의 저가 차량의 해외 판매 권한을 얻었습니다.

 

반면 도요타는 전기차에 관해선 거북이 경주처럼 임해 왔지만, 지난 3월 강화된 현지화 전략 하에 저가격으로 개발한 BZ 3X를 발표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BZ3X

변화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 상황

중국 NEV 시장은 계속 변해왔지만 올해 1-2월의 변화는 더 다이나믹합니다. NEV 세그먼트에서 BYD의 작년 마켓 점유율은 34.1%로 2위와 7위와 큰 차이를 보였지만, 올 1-2월간 마켓 점유율은 모든 차종에 ADAS 기능을 무료 탑재하여 실질적인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27.4%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 2025년 중국 EV 마켓 쉐어

경기 침체 여파와 업체간 저가격 전쟁으로 1-2월간 NEV 탑 10 판매 차종에서 1위, 2위, 4위는 10만 위안 이하의 저가격 차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3위는 샤오미의 SU7로 테슬라의 모델 Y보다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또한 2월에는 샤오펑이 새로 만든 저가 브랜드 모나(MONA)의 M03가 처음으로 톱10에 올라올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BZ 3X 전략적 런칭

이러한 상황에서 도요타는 저가격의 BZ 3X를 런칭했습니다. 이 차량은 C 세그먼트 SUV로 포지셔닝되어 있는데, 1년 앞서 런칭했던 기아의 EV5와 거의 비슷한 사이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런칭 후 한 시간 만에 예상보다 세 배나 많은 1만 대의 예약을 받았다고 하여 도요타 중국의 분위기는 매우 좋은 편입니다.

BZ 3X는 다양한 배터리 용량과 레벨 2 플러스의 도요타 파일럿 NOA를 실현하기 위하여 라이다를 탑재한 레벨 2플러스 플러스의 모멘타 시스템으로 일곱 개의 트림을 설정했습니다. 최저 트림 가격은 109,800 위안으로 약 2,200만 원입니다. 최고 가격은 159,800 위안으로 약 3,200만 원입니다.

이 트림별 가격에서 라이다를 탑재한 레벨 2플러스 플러스의 판매 가격은 약 200만 원 정도임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BZ 3X의 경쟁력 분석: 기아 EV5 및 리모터 비교

이 가격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기아의 EV5와 리모터가 최근 출시한 B10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아 EV5의 가격은 149,800 위안에서 174,800 위안으로 BZ 3X보다 훨씬 비싼 것처럼 보입니다.

기아 EV5

도요타는 배터리 용량을 철저하게 코스트에 우선을 두고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항속 거리에 중점을 두고 설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기아는 항속거리 우선형으로 64.2, 88.1 kWh로 BZ 3X의 50.3, 58.4, 67.9 kWh보다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로 최저 트림 가격보다는 항속거리가 비슷한 사양을 비교해 보면 배터리 용량이나 성능면에서는 기아 EV5가 우수하게 평가됩니다. 그러나 가격은 400만 원 정도, 약 15% 비쌉니다. 이렇게 싸게 보이는 BZ 3X의 가격도 리모터의 라이다가 탑재된 B10과 비교하면 사양 조정 후 15% 비쌉니다.

 

도요타의 중국 현지화 전략 혁신

그렇다면 도요타는 어떻게 가격을 낮출 수 있었을까요? 도요타는 중국의 합작사인 광기 도요타와 일기 도요타가 있고 여기에 일부 R&D 인력이 있습니다. 도요타가 주력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 기관차는 2010년 도요타가 100% 투자한 도요타 모터 엔지니어링 & 매뉴팩처링 사의 엔지니어가 개발해 왔습니다.

그러나 도요타는 2019년부터 급변하는 중국 NEV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하이브리드가 우세할 것이라 예상하여 전기차 개발을 하지 않았던 도요타는 가장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그 방안은 이미 글로벌 모델로 개발했던 BZ 4X를 기본으로 CATL 3원계 배터리로 변경 탑재하여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고객들이 선호하는 사양을 충분히 반영하지도 못했고 항속거리는 짧은 편이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 기능이 열악한데도 가격은 비싸서 대폭적인 가격 할인해도 판매가 부진하여 작년 말 생산이 종료되었습니다.

 

BYD와의 협력을 통한 2세대 전기차 전략

좀 더 현지화를 더 전략적으로 고려한 차량은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BZ 3입니다. 내연 기관차만 개발해 왔던 엔지니어들이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개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도요타는 BYD와 50대 50으로 투자한 BYD 도요타 EV 테크놀로지 사를 2020년에 설립했습니다.

한마디로 BYD의 전기차 개발 능력을 빌리는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이 차는 BYD 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성능은 괜찮았지만 스마트카 기능과 가격 경쟁력이 여전히 열세여서 판매가 부진했습니다. 할인 판매를 하면서 5만대 판매는 도요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습니다.

도요타의 중국 내 판매는 202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이브리드로 더 이상 판매 감소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중국 로컬 차와 성능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기차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도요타에게 주어졌습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을 위한 조직 개편

도요타는 2023년 7월 지금까지 중국 시장용 차를 개발하던 회사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변경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동화와 지능화(스마트화) 기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우선 도요타는 TIEM(Toyota Intelligent, Electrified Vehicle R&D Center) by 도요타가 주도하는 개발 프로젝트에 중국 내 합작회사의 R&D 거점 셋, 즉 광기 도요타, 일기 도요타, 그리고 BYD와 합병으로 만든 BYD 도요타 EV 테크놀로지의 엔지니어 등을 이 회사로 투입했습니다.

여기서 도요타는 저가격화 전략으로 현지 공급 업체 개척과 부품 설계 재검토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중국 부품 공급망 활용 전략

도요타는 그동안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중국 업체의 부품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BZ 3X는 부품의 65%를 중국 부품 업체로부터 공급을 받고 있으며, 1%만이 수입산이라고 했습니다.

도요타나 현대차 같은 업체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품질 확보를 우선시하여 그룹 내 부품 업체와 협력 업체가 동반 진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단점은 현지 로컬 업체보다 비싸진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오랜 관행으로 예를 들면 현대차 그룹이 그룹 내 모비스로 조달하는 부품을 다른 업체로 변경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도요타 그룹에서는 도요타와 아이신, 덴소 3사가 설립한 블루 넥서스에서 만든 전동 액슬을 탑재해 왔습니다.


스즈키가 개발하여 OEM 방식으로 도요타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어반 크루저도 여기서 만든 전동 액슬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중국 부품사 덱(DEKE)과의 협력

그런데 BZ 3X에서는 지금까지 그룹 내에서 조달하는 전동 액슬을 덱(DEKE)으로부터 조달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덱이 생산하는 전동 액슬은 반도체를 포함해 저 코스트의 중국산 부품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코스트를 낮췄습니다.

품질에 까다로운 도요타가 중국산 반도체를 탑재한 전기차의 주요 부품을 이번에 적용하는 결단을 한 것입니다. 덱이 개발한 3세대 전동 액슬은 BYD나 지리가 이미 여러 부품을 하나로 통합한 것처럼 이른바 7-in-1 타입으로 개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구동용 모터, 인버터, 감속기, 온보드 충전기, DC-DC 컨버터, 파워 디스트리뷰션 유닛, PTC 히터 등 총 일곱 개의 부품을 일체화로 소형화하는 저비용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반도체를 중국산으로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전동 액슬의 코스트는 외부에서 조달하는 인버터 등의 반도체 비중이 컸습니다. 덱은 3세대 전동 액슬부터 반도체를 포함한 중국산 부품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게 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는데, 이 부분을 도요타가 과감히 인정한 것입니다.

 

광저우 자동차와 협력을 통한 플랫폼 활용

또한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많이 사용하기 위하여 BZ 3X는 광저우 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온의 V를 기본으로 개발했지만, 배터리 용량은 V보다 작은 용량으로 하여 BYD LFP 배터리를 채용했습니다.

여기에 도요타는 품질과 신뢰성 등 기존의 강점을 살리면서 중국 기업의 지능화 기술을 융합했습니다. 지능화는 공간 설계와 AI 활용을 통해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 스마트 콕핏을 개발했습니다. 실내는 14.6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전기차 스타일의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했습니다.

 

반도체와 자율주행 기술 전략

경쟁사들이 더 강력한 신형 퀄컴 스냅드래곤 8295를 장착하고 있는데 반하여 도요타는 구형 퀄컴 스냅드래곤 8155 칩을 탑재하여 코스트를 절감했다고 보입니다.

그동안 글로벌 레거시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은 중국의 고속도로와 일반도로에서 NOA(Navigation on Autopilot), 즉 내비게이션 온 오토 파일럿으로 자율운전 레벨 2플러스 플러스의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도요타는 레거시 업체 중 처음으로 일부 상위 트림에 중국의 모멘타의 엔드투엔드가 적용된 자율운전 기술과 로보센스의 라이다를 탑재하여 중국 로컬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다가 장착된 트림에는 254 TOPS 컴퓨팅 성능을 갖춘 엔비디아의 오린 X 칩을 탑재했는데, 이는 BYD 수준과 대등합니다.

 

도요타 전략 변화의 의미와 시사점

도요타의 이런 개발 방식으로도 내재화율이 70% 이상인 BYD의 코스트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만, 내부 규제를 깨고 새롭게 도전했다는 것은 평가할 만합니다.

이와 같이 중국 부품 업체로 공급하기 시작한 도요타의 전략 변화는 개런티형 개발 방식에 익숙하던 폭스바겐, 현대차 등 글로벌 레거시 업체에 주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 아직도 명확한 그림이 보이지 않은 현대차 그룹에게도 도요타의 전략 변화는 참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요타의 중국 장기 전략: 2030년까지 연간 250만대 생산 목표

도요타는 2030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최소 250만대 생산을 목표로 삼았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최근 몇 년간 BYD 등 현지 경쟁업체들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중국 현지의 판매와 생산을 더 긴밀하게 통합시키고 현지 경영진에게 더 많은 개발 권한을 부여하는 등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전기 및 커넥티드 카 기술과 관련해 중국 현지 시장의 선호도를 더 잘 파악하고 있는 현지 직원에게 개발 책임을 최대한 많이 넘길 계획입니다.

도요타의 중국 내 생산량은 2022년 184만대에서 2023년 175만대로 감소했으나, 새로운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배터리 기술 혁신 전략

도요타는 단순히 현지 부품 활용과 가격 경쟁력 확보만이 아니라, 자체 배터리 기술 혁신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폴라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여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바이폴라 배터리는 기존 셀 단위의 구성에서 벗어나 집전체의 양쪽 면을 이용해 배터리를 구성함으로써 부피가 줄고 출력은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배터리는 셀을 직렬로 연결했기 때문에 전류의 이동량이나 출력도 제한되며 부피도 커집니다.

하지만 바이폴라 배터리는 단일 셀의 한쪽에 양극, 다른 한쪽엔 음극을 적용해 전류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기에 배터리의 부피도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현재 니켈 수소 배터리에만 적용되어 있지만, 향후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될 경우 더 높은 집적도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도요타는 2027년까지 현재 시판 중인 BZ4X 대비 생산 비용을 40%가량 절감할 수 있는 LFP 배터리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도요타의 자율주행 및 스마트카 기술 추진 현황

도요타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율주행 시스템 전문 기업인 모멘타(Momenta)와 IT 기업 화웨이(Huawei)와 협업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도로 주행과 장애물 회피와 같은 기본적인 자율주행은 물론이고 '자동 주차'와 같은 기술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중국의 선호도와 기술 환경에 맞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시장 재공략의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특히 BZ 3X는 이러한 전략의 첫 번째 결과물로, 향후 도요타의 중국 시장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도요타는 과거의 신뢰성과 품질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중국 시장의 특성에 맞게 현지화와 가격 경쟁력, 그리고 스마트카 기술 확보라는 다각적인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 재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요타의 전략 변화는 다른 글로벌 레거시 자동차 업체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