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볼트가 스웨덴에서 파산 신청을 하면서 유럽 배터리 산업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를 넘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으며, 특히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스볼트 파산의 의미와 배터리 산업의 현재 상황,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노스볼트 파산 상황과 인수 가능성
노스볼트는 미국에 이어 스웨덴 본국에서도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현재 파산관리인이 지정된 상태로,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노스볼트와 채권자에게 가장 좋은 결과는 이미 운영 중인 사업을 인수할 수 있는 새로운 소유자를 찾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유럽에서 배터리 생산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노스볼트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는 '매우 강력한 아시아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또는 중국의 CATL, BYD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현재로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기업명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배터리 산업 전문가들은 한국이나 중국 기업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의 정보는 CATL은 아니라고 합니다.
유럽 기가팩토리 전략의 변화
노스볼트의 파산은 유럽의 배터리 기가팩토리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노스볼트는 발표된 생산 규모 기준으로 유럽 기업이 소유한 가장 큰 1티어 배터리 셀 생산 업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일에서만 계획된 생산 용량이 60GWh에 달했으며, 이미 여러 유럽 전기차 제조사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었습니다.

노스볼트의 파산으로 인해 2030년 유럽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 전망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이전에는 유럽 기업들이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제는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지배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이 바뀌었습니다. 배터리 전문 리서치 기업 벤치마크(Benchmark)는 2030년 유럽의 기가팩토리 중 유럽 기업이 30%, 중국 기업이 35%를 차지하며, 1티어 기업으로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의 CATL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노스볼트는 양극재 전구체 생산까지 포함한 배터리 수직 계열화를 추진했지만, 스타트업으로서 너무 많은 일을 동시에 진행하다가 결국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럽에는 약 10개의 기가팩토리 기업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들의 미래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시장점유율 하락
노스볼트의 상황도 심각하지만, 한국 배터리 산업 역시 현재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SNE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2023년 26%에서 2024년 19%로 7%p 감소했습니다.
더 심각한 상황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3년 185GWh였던 ESS용 배터리 생산량이 2024년에는 301GWh로 63%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3%에 그쳤습니다. 이는 중국의 LFP(리튬 인산철) 배터리에 완전히 밀린 결과입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생산 능력은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판매량은 감소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ESS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ESS 시장의 급성장과 배터리 가격 하락
흥미로운 점은 배터리를 사용하는 산업, 특히 ESS 시장은 현재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4년은 배터리 가격 급락으로 인해 본격적인 '전기 저장의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배터리 분야의 성장은 거의 모든 다른 청정 에너지 기술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ESS 시장은 2023년 대비 2024년에 약 63% 성장했으며, 앞으로도 연간 60% 수준의 성장률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기차 시장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배터리 가격 하락은 2017년에 이어 2024년에 다시 한번 큰 폭으로 나타났으며, 연간 20%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하락, 생산 과잉, 그리고 마진 축소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테라와트(TW)의 배터리 셀 제조 능력이 존재하며, 이는 2024년 연간 배터리 수요의 2.5배에 달하는 공급 과잉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노스볼트와 같은 추가적인 파산 사례가 더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배터리 가격 하락의 한계와 기술 혁신의 중요성
하지만 전문가들은 배터리 가격이 무한정 하락할 수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에너지 저장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배터리와 같은 새로운 기술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뚜렷한 전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첫 번째는 현재 진행 중인 '극적인 비용 절감 시대'이고, 두 번째는 향후 도래할 '점진적 성능 향상 시대'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지표인 $/kWh(킬로와트시당 달러)는 그동안 규모의 경제와 제조 공정 개선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테라와트 규모의 제조 능력에 도달함에 따라, 앞으로는 성능 또는 에너지 밀도(kWh 부분, 즉 분모)가 개선되지 않으면 비용이 계속 하락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점이 현재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으며, 향후 배터리 기술은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더 오래 사용하는 방향으로 혁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이전의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비교 연구에서도 나타났던 확률적 모델과 일치하는 패턴입니다.

배터리 용량 증가와 다양한 유형의 등장
현재 배터리 용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의 평균 배터리 용량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습니다. 반면 순수 전기차(BEV)의 경우에는 배터리 용량이 약 2%만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PHEV의 배터리 팩 용량이 평균적으로 BEV의 37%까지 도달했습니다.
최근에는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으며, 이 차량들은 평균 39.3kWh의 배터리를 탑재하여 PHEV보다 더 큰 배터리 용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EREV는 현재 중국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도 곧 EREV 모델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배터리 기술 측면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에 따라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약 250Wh/L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 반면, 울트라니켈(90% 니켈) 배터리는 약 780Wh/L의 에너지 밀도를 갖추고 있어 같은 부피에서 약 3배의 용량 차이가 발생합니다.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까지 포함하면 그 차이는 최대 4배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소재 혁신과 배터리 기술의 미래
현재 가장 치열한 기술 경쟁은 에너지 밀도 400~550Wh/L 구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망간을 활용한 소재 혁신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LFP 배터리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LFP 배터리에 망간을 추가한 LMFP(리튬 망간 인산철) 배터리, 삼원계 배터리와의 혼합 사용 등을 통해 용량, 안전성, 가격 측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60% 니켈 함량의 배터리에서 고전압을 구현하거나 망간 함량을 높인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기술적 차별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2030년까지 이어질 배터리 기술 혁신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첫째, 망간계(특히 LMFP) 배터리, 둘째, 고전압 미드니켈 및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한 배터리, 셋째, 반고체 배터리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고속 충전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더 미래의 기술로는 리튬황 배터리(기존 배터리와 완전히 다른 양극재 사용),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 리튬메탈 배터리,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음극이 없는(Anode-less) 전고체 배터리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가 지금부터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회복 조짐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최근 전기차 판매에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록 정확한 수치는 제공되지 않았지만, 영국의 경우 곧 전기차 점유율이 50%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정책 지원 없이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추세로, 만약 전기차 지원 정책이 추가된다면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럽 시장의 회복은 배터리 기업과 소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국가별 배터리 산업 지원 정책과 한국의 과제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움의 한 원인은 정부 지원 부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 주요국들은 직접 현금 지원 방식으로 배터리 산업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자금 조달이 유상증자나 주가 부양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이는 현재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투자비의 30%를 직접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배터리 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은 30% 이상의 투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CATL의 경우, 정부 보조금이 2018년 1,000억 원에서 2023년 1조 1,7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공장 신설보다 기술 투자가 더 중요합니다. 배터리 소재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막대한 R&D 투자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한국 배터리 셀 기업들의 지난해 R&D 투자는 총 2조 3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정도 증가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8,000억 원, 2023년 1조 300억 원의 R&D 투자를 했으며, 2024년에는 1조 880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삼성SDI의 경우 2022년 1조 1,300억 원, 2024년에는 14% 증가한 1조 3천억 원을 R&D에 투자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LG에너지솔루션이 4.2%, 삼성SDI가 7.8%입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생존 전략
배터리 산업은 태양광이나 디스플레이 산업과는 그 규모와 의미가 다릅니다. 현재는 석유 시대에서 전기화 시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며, 배터리 산업은 국가적 패권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산업 또한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제 진정한 배터리 기술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한국판 IRA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모든 배터리 기업을 동일하게 지원할 수는 없겠지만, 경쟁력 있는 기업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한국판 IRA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스볼트의 경우, 결국 유럽에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 내 배터리 생산 유지라는 정치적 목표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을 통해 노스볼트를 살리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현재의 노스볼트와는 다른 형태로 변화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R&D 투자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배터리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노스볼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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