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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EV) 시장 동향 및 분석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부상과 글로벌 기업들의 개발 경쟁

by 혁신적인 로젠 2025. 3. 31.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기술의 혁신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나트륨을 활용한 이 배터리 기술은 비용 효율성과 안전성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현황과 주요 기업들의 개발 동향, 그리고 미래 전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란? 소금의 힘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

주방 요리의 주요 원료인 소금의 성분 나트륨이 배터리 기술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의 이온 이동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와 기본 작동 원리는 유사합니다. 다만 리튬 대신 나트륨 이온을 사용한다는 점이 핵심 차이점입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재료의 풍부함입니다. 나트륨은 지구상에서 6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특히 핵심 원료인 소다회의 경우 미국이 전 세계 매장량의 9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나트륨이 리튬 매장량 대비 약 440배 이상 많아 자원 확보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와 비교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장단점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여러 가지 뚜렷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원재료 비용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경제성이 뛰어납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화재 발생률이 훨씬 낮으며,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까지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또한 15분 이내에 80% 충전이 가능한 고속 충전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환경 유해 물질 사용이 적어 친환경적입니다.

그러나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명확한 한계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에너지 밀도가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약 40% 정도 낮다는 점입니다. 포스코가 공개한 배터리 종류별 에너지밀도 평가 자료에 따르면,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NCM)의 에너지밀도는 kg당 210Wh,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는 kg당 170Wh인 반면,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kg당 160Wh에 그치고 있습니다.

또한 나트륨 이온의 크기가 커서 배터리의 부피와 무게가 증가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현재는 전기차보다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나 저속 전기차량 분야에 먼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 동향 및 전망

현재 글로벌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선도하고 있습니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은 이미 상용화에 성공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미국 역시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6개 국립연구소와 8개 대학으로 구성된 연구 컨소시엄에 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해 중국 중심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기술이 향후 5~10년 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30년까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20~25%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현재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준까지 향상될 경우, 시장 지형도가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DTechEx는 2025년까지 약 10GWh 규모의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후 연평균 2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3년에는 사용량이 7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SNE리서치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2035년 LFP 대비 최소 11%, 최대 24% 저렴하게 생산될 것이라며 2035년에는 최대 254GWh의 시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금액 기준으로는 연간 142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나트륨 이온 배터리 제조 기업들의 개발 현황

전 세계 배터리 기업들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주요 기업들의 기술 개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CATL(중국):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이미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개발하여 약 160Wh/kg의 에너지 밀도와 15분 이내 80% 충전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최근에는 2세대 나트륨 배터리를 발표하며 2025년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2세대 제품은 kg당 200Wh의 에너지 밀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영하 40도에서도 정상적으로 방전이 가능한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또한 리튬 이온 셀과 나트륨 이온 셀을 함께 사용하는 '프리보이(Freevoy)' 배터리 팩을 개발해 400km 이상의 주행거리와 4C 초고속 충전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BYD(중국): BYD는 2024년 1월부터 연간 30GWh 규모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에너지 밀도가 kg당 105Wh 수준인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며, 이후 kg당 130Wh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BYD는 2025년까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BOM 비용(자재 명세서 비용)이 리튬 철인산 배터리와 동일해지고, 장기적으로는 3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TIAMAT(프랑스): 고출력, 빠른 충전 기능을 갖춘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전문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프로토타입은 5분 이내 충전이 가능한 성능을 보여주었으며, 스텔란티스 벤처스로부터 약 3,000만 유로의 투자를 확보했습니다. 2029년까지 연간 5GWh 생산능력을 갖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2025년까지는 700MWh 규모의 공장을 먼저 가동할 예정입니다.

Faradion Limited(영국): 비수계 나트륨 이온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배터리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리튬 이온 제조 라인과의 호환성을 높여 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Natron Energy(미국): 프러시안 블루 전극을 기반으로 하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개발하여 5만 회 이상의 충방전 수명과 빠른 방전 성능을 구현했습니다. 데이터 센터, 산업용 저장, 비상 백업 시스템 등에 적용할 수 있는 24GWh/년 규모의 기가팩토리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Altris AB(스웨덴), HiNa Battery Technology(중국), NGK Insulators(일본), AMTE Power(영국), Adena Power(미국), LiNa Energy(영국) 등 다양한 기업들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 현황

한국 역시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계돌파형 4대 차세대 이차전지 핵심 원천 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220Wh/kg급 한계돌파 나트륨이온전지용 고전하 저장 핵심 소재 및 고효율 셀 기술 개발' 과제를 추진 중입니다. 정부는 이 과제에 2023년 4월부터 2028년 말까지 총 121억 1,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엔켐, 천보 등 기업도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kg당 180Wh, 2028년 말까지 kg당 220Wh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차년도인 2024년에는 약 7개월간의 연구를 거쳐 니켈철망간(NFM) 등 고에너지밀도 신규 양극소재 개발에 성공했으며, 콜타르 피치 기반 탄소 음극소재 합성, 고전압/고이온전도성 전해질, 나트륨이온 배터리 특화 분리막 개발 등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개발된 기술들을 토대로 프로토타입 코인형 배터리셀을 제작해 성능을 평가한 결과, 에너지 밀도는 kg당 145Wh 수준으로 나타나 1차년도 목표치인 kg당 140Wh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기술적 도전 과제와 혁신 사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러 기술적 과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가장 큰 과제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유기 양극 물질 TAQ를 개발하여 기존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이 기술은 동일한 에너지를 더 빠른 시간에 충전하거나, 같은 충전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했습니다. TAQ 양극 소재는 전기차부터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저장 시스템까지 폭넓은 산업에 활용 가능한 기술입니다.

CATL은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kg당 200Wh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극한의 저온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영하 40도에서도 정상적인 방전이 가능한 성능을 구현했습니다.

나트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CATL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와 리튬 이온 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각 배터리 유형의 장점을 활용하여 주행거리와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응용 분야 및 시장 가능성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현재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대규모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가장 먼저 적용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에너지 밀도보다는 비용 효율성이 중요한 ESS 시장에서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 대비 30~4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단거리 이동이 주요 목적인 전기 스쿠터, 전기 자전거, 소형 전기차 등에 먼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전기 스쿠터 제조사인 아이다(Aima)와 야데아(Yadea) 등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초기에 저가형, 단거리 모델을 중심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CATL의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철-인산 배터리가 사용되는 소형 차량 또는 단거리 차량의 20~30%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온도 변화가 심한 극한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장비나 시스템에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적합할 수 있습니다. 영하 40도에서도 작동 가능한 특성은 극지방이나 고산지대 등 추운 지역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입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미래 전망 및 발전 방향

나트륨 이온 배터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 내에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BYD 에너지 저장 및 신배터리 사업부의 총책임자 인샤오창은 "2024년이 나트륨 배터리 비용의 변곡점이 될 것이며, 2025년에는 나트륨 배터리 가격이 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69~83%로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됩니다. 현재 kg당 140~160Wh 수준인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2025년 CATL의 2세대 제품에서 200Wh/kg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며, 한국의 개발 목표처럼 2028년경에는 220Wh/kg까지 향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튬 자원의 무기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자원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리튬 매장량이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반면, 나트륨은 전 세계적으로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위험이 훨씬 낮습니다.

하지만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모든 분야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보다는, 각 기술의 특성에 맞는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이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며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에너지 저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풍부한 자원, 비용 효율성, 안전성 등의 장점을 바탕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보완하는 중요한 에너지 저장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도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한계로 인해 주로 ESS나 저속 전기차 등에 활용될 전망이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CATL, BYD, 노스볼트, TIAMAT 등 선도 기업들의 꾸준한 기술 혁신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여 2030년대 중반에는 최대 254GWh, 약 19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노력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 추세 속에서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주방의 소금에서 시작된 이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이 앞으로 우리의 에너지 저장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