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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뉴스

포르쉐, 전기차 시장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의 파장

by 혁신적인 로젠 2025. 2. 20.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 포르쉐가 2029년까지 자국 내 1,900개 직원 감축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슈투트가르트-추펜하우센 본사와 바이자흐 연구개발센터가 주된 감원 대상지로 선정되며, 향후 5년간 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재편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1. 포르쉐 구조조정의 다각적 배경

전략적 전환과 투자 우선순위 재설정

2024년 포르쉐의 글로벌 차량 납품량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310,700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28% 급감(79,283대→56,887대)하며 주요 수익원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회사는 8억 유로(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내연기관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개발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5년 예상 영업이익률이 10~12%로 하락할 전망이며, 이는 애널리스트 예상치(14.8%)를 크게 밑도는 수치입니다.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23,650명 규모 생산 거점과 바이자흐 R&D 센터에서 진행되는 감원 조치는 2024년 1,500명의 기간제 계약 종료에 이어 올해 추가 500명의 계약 해지로 단계적으로 실행됩니다. 조기 퇴직 유도 프로그램(1969년생~1970년생 대상)과 자발적 퇴직 패키지 제공을 통해 강제 해고 없이 인력 규모를 조절할 계획입니다. 또한 신규 채용 동결과 직원 보너스 삭감(기존 9,600유로→6,000유로) 등 추가 비용 절감 방안이 병행됩니다.

2. 전기차 시장 역풍의 구조적 원인

테이칸 판매량 49% 급락의 충격

포르쉐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테이칸의 2024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49% 감소하며 전동화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과 5분 충전 시 100km 주행 가능한 기술적 우위에도 불구, 8만 유로(약 1억 1,500만 원)가 넘는 고가 정책이 중국 현지 제조사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유럽 전역에서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32% 낮게 나타난 상황과 맞물려 포르쉐의 전략 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브랜드들의 가격 경쟁력이 급부상하며 30만 위안(약 5,500만 원) 대 중저가 전기차들이 시장 점유율 68%를 차지하는 등 공격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포르쉐의 경우 중국 내 배터리 공급을 CATL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제조 원가에서 18% 이상 높은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 3분기 기준 중국 시장에서의 영업이익률이 6.7%로 급락하며 주요 적자 요인으로 부각되었습니다.

 

3. 배터리 산업 파급효과 심층 분석

셀포스 합작사 투자 계획 동결

2021년 포르쉐가 독일 배터리 스타트업 커스텀셀스와 공동 출범한 셀포스 그룹의 사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연간 100MWh 규모의 고성능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했던 이 합작 프로젝트는 포르쉐의 전기차 생산량 감소로 인해 투자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가동 예정이던 튀빙겐 연구용 배터리 공장 건설이 무기한 연기되며, 3억 유로 규모의 초기 투자금 회수 전망이 불투명해졌습니다.

화학업체 바스프와의 협력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체결한 고용량 NCM811 양극재 공급 계약은 배터리 당 탄소배출량 60% 감축을 목표로 했으나, 테이칸 생산 축소로 인해 실제 적용 규모가 기존 계획 대비 45% 수준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바스프가 슈바르츠하이데에 건설한 재활용 시범 공장의 니켈·코발트 재투입률 목표도 30%에서 45%로 상향 조정되었지만, 원료 수급 불안정성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4. 유럽 자동차 산업 전반의 보수화 흐름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수정 움직임

포르쉐의 이번 결정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보수화 추세와 맥을 같이 합니다. 2024년 1분기 기준 독일 자동차 3사(BMW, 벤츠, 폭스바겐)의 전기차 판매 비중이 평균 18%로 전년 동기 대비 5%p 하락했으며, 이들은 내연기관 모델 생명주기 연장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 완전 전동화 목표를 철회한 데 이어, 2026년까지 가솔린·디젤 엔진 개발 예산을 27% 증액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CATL을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63%를 차지하는 가운데, 유럽의 자체 생산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독일 경제연구소(DIW)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2030년 배터리 수요 대비 자체 생산 비중 목표가 기존 40%에서 25%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이는 유럽 연합(EU)의 배터리 패키지 법안 추진 지연과 중국산 배터리 관세 인하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5. 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성의 균형 모색

실리콘 음극체 기술 개발 현황

당장의 어려움에도 불구 포르쉐는 장기적인 배터리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공개한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흑연 기반 음극재를 실리콘 소재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700Wh/L에서 1,200Wh/L로 71%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1회 충전 시 1,300km 주행이 가능해지며,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75%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포르쉐 엔지니어들은 실리콘 입자의 리튬 흡수 시 발생하는 300% 팽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니켈 함량 90% 이상의 고용량 양극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CATL로부터 공급받은 NCM 배터리의 니켈 함량이 80%인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자체 기술 역량 강화를 통한 중국 의존도 탈피 시도로 해석됩니다. 또한 2030년까지 배터리 재활용률 95% 달성을 위해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연간 2만 톤 처리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건설을 검토 중입니다.

 

6. 향후 전망 및 산업적 시사점

하이브리드 기술에 집중하는 유럽 업체들

유럽 자동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전기차 전환기의 교두보로 삼고 있습니다. 포르쉐는 2026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라인업을 기존 4종에서 8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플랫폼 개발에 3억 유로를 추가 투자합니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 차량의 연비 효율을 15% 개선하는 엔진 개량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과도기적 수요 변화에 대응할 방침입니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포르쉐는 상하이 근교에 연산 10만 대 규모의 하이브리드 전용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며, 2027년까지 중국 내 로컬 공급망 비중을 현재 45%에서 70%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특히 현지 배터리 협력사를 CATL에서 BYD와 SVOLT로 다변화하며 원가 경쟁력 제고에 나설 방침입니다.

필자의 종합적 평가

포르쉐의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인원 감축을 넘어 전기차 산업의 전환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고가 프리미엄 전략이 중국 시장에서 한계에 부딪히며, 기존 내연기관 기술의 경쟁력을 활용한 과도기적 전략이 불가피해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투자와 혁신의 지속 여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특히 2030년 배터리 재활용률 95% 목표와 실리콘 음극체 기술 상용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수익성 압박에 휘둘리지 않는 전략적 인내가 필요합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통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과 수익성 모델의 균형을 찾는 고차원적 전략 수립이 요구됩니다. 포르쉐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 강화와 유럽 시장에서의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통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