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을 오래 지켜봐 온 입장에서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은 단순히 ‘어느 차가 새로 나왔다’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터리 시장의 격변기 속에서 완성차 브랜드와 화학·소재 기업 간의 협력 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인데, 얼마 전 LG화학의 김동춘 사장(전무/부사장급 임원진 및 김상민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등)과 폭스바겐 그룹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중요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소식이 공유되었습니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플라스틱 부품 얼마를 납품하기로 계약했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동차라는 제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거대한 공급망 안에서 소재 제조사가 부품의 첫 구상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하는 ‘공동 개발자’ 위치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래 사진을 바탕으로 이번 협약이 의미하는 바와 기술적 세부 내용을 짚어보려 합니다.

경량화와 고성능을 동시에 잡는 첨단 플라스틱 소재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면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차체 무게 감량, 즉 경량화입니다. 배터리의 무거운 무게를 극복하고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차량에 쓰이는 각종 부품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양사는 이번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고부가합성수지인 ABS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플라스틱 및 복합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습니다. ABS와 EP는 단단하면서도 충격에 강하고 가공성이 뛰어난 고기능성 소재입니다. 기존에 금속이 차지하던 영역이나 중량이 나가던 내외장 소재를 고성능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차량 전체의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획기적인 무게 절감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수준인 연간 235만 톤의 ABS 생산 능력을 보유한 LG화학의 소재 기술력이 독일 폭스바겐의 자동차 설계 노하우와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재활용 플라스틱(PCR ABS) 적용의 대대적 확대
환경 규제가 날로 까다로워지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친환경 재활용 소재의 전면 도입도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집니다. 부품을 다 만든 뒤에 환경 마크를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초기 부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소재의 사용률을 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이 소비자가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을 회수해 다시 가공한 Post-Consumer Recycled(PCR) ABS 소재입니다. 과거 재활용 플라스틱은 불순물이나 물성 저하 문제로 눈에 띄지 않는 내부 보강재 정도에나 쓰였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자동차의 외장재나 인테리어 부품에도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LG화학은 이미 백색 PCR ABS 등을 상용화하며 기술적 노하우를 쌓아왔는데, 이번 협약을 통해 폭스바겐 그룹 산하 주요 브랜드 차량들의 범퍼, 사이드미러, 내부 트림 등 다양한 부품으로 PCR ABS 적용 영역이 대폭 확대될 전망입니다.
원가 경쟁력 확보와 생산 공정의 혁신
완성차 업계가 친환경 기술을 도입할 때 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비용 증가 문제입니다. 양사는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을 단순화해 실제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고광택 및 내열성이 우수한 ABS와 더불어, 별도의 페인트 칠(도장) 공정이 필요 없는 무도장 ASA 소재 등을 차종별 부품에 적극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도장 공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고 설비 투자가 크며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대표적인 고비용 단계입니다. 도장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무도장 소재를 사용하게 되면 생산 속도가 빨라질 뿐 아니라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도 줄이고 생산 단가까지 낮추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됩니다.
현장 투어로 확인한 유기적 파트너십의 깊이
이번 MOU 체결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양사 최고경영진이 단순히 서명식만 갖고 끝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주요 임원진은 서울 여의도 협약식에 앞서 LG화학의 오산 CS 캠퍼스를 방문해 순환경제, 전동화, 고기능성 소재 관련 솔루션 전시를 살펴보았고, 마곡 LG사이언스파크까지 둘러보며 LG그룹 차원의 모빌리티 R&D 역량을 직접 확인했다고 합니다.
체결식 현장에서는 두 회사의 대표가 각각 퍼즐 조각을 하나로 맞추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부품 공급자와 구매자의 일회성 관계가 아니라, 완성차와 소재라는 서로 다른 조각이 맞물려 미래 모빌리티의 큰 그림을 완성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구매 관계를 넘어 공동 개발자로의 도약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첨단 전자 장비이자 친환경 모빌리티 공간으로 변모함에 따라, 부품에 들어가는 기초 소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사양에 맞춰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수동적인 구조에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LG화학과 폭스바겐의 이번 행보는 차세대 모델 기획 초기 단계부터 기술 트렌드와 시장 요구사항을 공동으로 분석하고, 타당성을 검토하며 부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완벽한 파트너십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난제를 공동으로 풀어가는 이러한 'Co-Developer' 전략은 향후 글로벌 완성차 및 화학 업계의 새로운 협력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환경성과 경량화, 그리고 경제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두 공룡 기업의 협력이 실제 차량에서 어떤 완성도로 구현될지 앞으로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 모양의 공감 (♥)을 눌러서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자동차 업계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엑솔타(Axalta)와 악조노벨의 33조 원 규모 초대형 합병! 코팅 산업의 판도가 바뀐다 (0) | 2026.03.27 |
|---|---|
| 2025 상하이 모터쇼로 본 '중국 속도'와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 전략 분석 (3) | 2025.05.14 |
| 현대차, 하이브리드와 현지화 전략으로미국 관세 파고를 돌파하다 (3) | 2025.04.25 |
| 2025년 유럽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전기차 혁명: 새로운 도약이 시작되다 (0) | 2025.03.28 |
| 독일 연방의회 선거 2025: 자동차 산업과 배터리 기술의 미래를 가르는 선택 (0) | 2025.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