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상하이 국제 자동차 산업 전시회(상하이 모터쇼)가 4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모터쇼는 규모와 의미 면에서 역대급 행사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빠른 기술 혁신과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이 뚜렷하게 대비되며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상하이 모터쇼, 그 의미와 키워드
이번 상하이 모터쇼는 26개국에서 약 1,000개의 중국 및 외국 기업이 참가하고 전시 면적이 36만 제곱미터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었습니다. 100종 이상의 신차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고 150회가 넘는 기자회견이 열린 이번 행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신제품 론칭 무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상하이 모터쇼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중국 속도'와 '현지화 전략'이었습니다. 2년 전 상하이 모터쇼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중국 속도로 개발된 NOA(Navigate On Autopilot) 자율주행 레벨 2+와 AI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디스플레이(SD)가 주목받았습니다. 이러한 중국 기업들의 기술 혁신 속도를 고려하면, 2027년 모터쇼에서는 플라잉카와 로봇 택시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모터쇼는 새로운 시대의 자동차 산업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전기차와 스마트카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의 급격한 부상과 글로벌 기업들의 고심이 교차하는 현장이었습니다.
불참한 기업들로 본 중국 자동차 시장의 큰 변화
2025년 상하이 모터쇼에 불참한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중국 자동차 시장이 큰 전환기를 맞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와 글로벌 주류 브랜드 중 상당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롤스로이스와 같은 초럭셔리 브랜드들이 일제히 불참했으며,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제네시스도 2002년 중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상하이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테슬라는 미중 간 관세 전쟁과 중국 내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3회 연속 불참을 선택했습니다. 이 외에도 기아, 롤스로이스, 재규어 랜드로버, 쉐보레 등 15개 자동차 회사가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불참은 중국 본토에서의 매출 급감과 재정적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포르쉐의 경우, 모터쇼에 참가는 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급격한 하락세가 주목됩니다. 2024년 1분기 포르쉐의 중국 시장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나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포르쉐의 전체 영업 이익률이 15.7%에서 8.7%로 급락하여 현대자동차그룹보다도 낮아진 상태입니다.
프랑스의 푸조와 시트로엥도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시장에서 약세를 보여왔으며, 중국 업체 중에서도 하이파이와 바이두·지리 합작 브랜드인 지위에, 그리고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했던 네타 등이 상하이 모터쇼에 불참했습니다.

BYD의 '중국 속도'와 기술 혁신의 본질
중국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BYD는 '중국 속도'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BYD가 보여주는 공격적 경영과 빠른 기술 혁신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부터 BYD의 가속도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고 신에너지차(NEV)와 배터리, 반도체 등 관련 산업에 대대적인 지원을 시작하면서 '중국 속도'가 형성되었고, 2020년부터 본격적인 가속이 붙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의 40%를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 목표가 예상보다 6년이나 앞당겨 달성되었습니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는 신차 판매 2대 중 1대가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입니다.
BYD의 가속도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자율주행 기능보다 가격 경쟁력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0만 명이 넘는 엔지니어를 보유한 BYD는 이 중 1만 명 이상을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입하여 매우 짧은 기간에 차량 운영체제와 플랫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혁신해왔습니다.
2021년에는 현대차의 E-GMP와 같은 시기에 800V 시스템, 블레이드 배터리, 8-in-1 열펌프 시스템을 갖춘 e-플랫폼 3.0을 발표했고, 2024년 3월에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e-플랫폼 4.0을 공개했습니다. 이 '슈퍼 플랫폼'은 1,000V 아키텍처와 1,000kW의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며, 최대 3,511RPM의 회전 속도를 가진 모터와 1,000V까지 지원하는 탄화규소(SiC) 파워칩을 탑재해 열 관리와 시스템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과 반격 준비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로컬 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라는 슬로건 아래, 중국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차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도요타, 닛산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밝히는 '현지화 전략'의 핵심은 스마트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중국 로컬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고, 중국 로컬 부품을 확대 적용하여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격 전략의 일환으로 도요타와 닛산은 2025년부터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폭스바겐과 혼다는 이보다 1년 늦은 2026년부터 현지화 전략을 적용한 신차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폭스바겐은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AI 기반 고도 자율주행 시스템(ADAS)을 공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중국의 복잡한 교통 환경에 맞게 설계되었으며, 폭스바겐 소프트웨어 부문인 카리아드(CARIAD)와 중국 AI 반도체 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의 합작사인 카리존(CARIZON)을 통해 개발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2025년 말부터 중국 시장에 출시될 폭스바겐 모델에 처음 적용될 예정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현대자동차의 경우, 모터쇼 불참 대신 별도의 이벤트를 통해 중국 내 전략과 신차를 공개하며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상하이 모터쇼 직전,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전 세계를 향해' 전략을 발표하고 순수 전기 플랫폼 SUV 일렉시오(ELEXIO)를 글로벌 데뷔시켰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과 중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에게 레벨 2+ 수준의 NOA 기술 개발은 화웨이, 모멘타,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같은 중국 기업들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기술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시스템은 광저우자동차, 동펑자동차 등 중국 기업들과 함께 만든 브랜드 차량에 탑재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는 모멘타의 기술은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로컬 업체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GM 등 글로벌 기업들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모멘타의 기술은 벤츠의 CLA와 도요타의 BZ3X, 닛산의 N7 등에 탑재되었습니다.
반면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호라이즌 로보틱스와의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BYD는 차종별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한칭 브랜드 차량에는 화웨이 시스템을, 덴자와 양쯔 등 럭셔리 브랜드 차량에는 모멘타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아우디는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한 E5 스포츠 모델에 모멘타 기술을 적용했고, Q6 e-tron 등 기존 모델에는 화웨이의 ADAS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아우디에 고속도로 주행용 ADS+ 4.0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웨이의 존재감은 자동차 기업들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판매 브랜드까지 운영하는 AITO 비즈니스 모델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2025년 1분기 NEV 판매 12위까지 올랐습니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다섯 번째 공동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자동차 시장의 근본적 변화, Z세대 소비자와 디지털 혁명
중국 자동차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 요인 중 하나는 NEV 주력 소비층이자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 소비자들의 빠른 인식 변화입니다. 이들은 부모 세대가 선호했던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NOA로 대표되는 레벨 2+ 자율주행 기능과 AI 기능이 탑재된 대형 디스플레이를 갖춘 차량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100개 이상의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테슬라와 같이 IT 기업의 개발 방식을 과감하게 자동차 개발에 적용했습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한 빠른 개발 속도를 강조하면서 품질보다는 비용 효율성에 중점을 둔 개발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이러한 '중국 속도' 개발 방식은 테슬라의 FSD 기능으로 인한 미국 내 충돌 사고나 최근 샤오미 전기차의 유사 사고처럼 안전성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개발 속도와 시장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었습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중국 로컬 업체들의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은 2020년 36%에서 68%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스마트카와 스마트 디스플레이 개발은 테슬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중앙 집중식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차량 운영체제를 글로벌 기업보다 5~6년 앞서 개발했으며, 특히 NOA 기술은 2022년 샤오펑이 선도하면서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기능으로 빠르게 발전하여 중국 스마트카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습니다.
자동차 시장의 미래와 글로벌 기업들의 생존 전략
중국의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발전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신차 4대 중 1대가 고속도로 주행용 레벨 2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중국 시장의 80% 이상이 레벨 2+ 시스템을, 75% 이상이 도심 내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2++ 시스템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2027년까지 20개 이상의 순수 전기 및 전동화 신에너지차 모델을 출시하고, 2030년까지 약 30종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BYD는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2023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차와 같은 가격이라는 '유전 돌파(油電同價)' 캠페인을, 2024년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하다는 '전비 유저(電比油低)' 전략을 펼치며 판매를 크게 증가시켰습니다. 더 나아가 레벨 2+ NOA 기능을 무료로 탑재하는 '천신 지한판(天賜智駕版)'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 55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지 기술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빠르게 개발해야 합니다. 중국 시장은 이제 단순한 판매 시장을 넘어, 기술 혁신과 현지화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략적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결론: 중국 시장의 의미와 미래 자동차 산업의 방향
2025년 상하이 모터쇼는 세계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변화와 도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중국 속도'로 대표되는 빠른 기술 혁신과 '현지화 전략'으로 이에 대응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노력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장이었습니다.
BYD가 제시한 '중국 속도'는 공격적 경영 성과와 비전을 대변하고 있으며, 폭스바겐과 닛산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발표한 '현지화 전략'은 중국 로컬 기업과의 기술 및 비용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의미합니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시장 변화의 핵심은 자율주행 기술과 스마트 디스플레이 경쟁이었습니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된 고도의 기술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향후 자동차 산업에서는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 따라 레벨 3 이상의 고도 자율주행 차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기존의 제조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결국 2025년 상하이 모터쇼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행사였으며,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만이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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